패션 인사이트/Column 18

명품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명품을 좋아한다. 지금껏 살아오며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많은 명품들과 마주하게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의 주위 사람들보다는 이 아름답고 값비싼 것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서 소비 또한 꽤나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다. 하루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지난번 새로 구매한 명품 가방을 들고 나갔을 때의 일이다. 친구들은 내 새로운 가방의 등장으로 이 가방은 어디서 샀는지, 또 얼마 짜리인지 그런 시시콜콜한 대화들을 시작했고, 결국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더 하게 되었다. 나의 명품 생활이 그날의 화두였다. 나는 명품의 병행수입 일부터 시작해 현재는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유통 생태계 개선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병행수입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수의 명품들이 가품..

우크라이나의 눈보라

*계속되는 쇼의 발걸음 - 발렌시아가 눈이 잔뜩 뒤덮인 공간에서 흩날리는 눈보라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정도다. 모델들은 휘날리는 옷깃을 잔뜩 여미고, 소지품을 가득 넣은 검은 자루를 들고선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들은 처참한 환경에서 봉지에 필수품만 챙겨서 떠나는 듯 보인다. 2022년 파리 패션위크의 발렌시아가 쇼. 이 패션쇼는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의 우크라이나 시 낭송으로 시작됐다. 쇼장 525개의 모든 좌석 위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우크라이나 국기색의 티셔츠와 노트가 놓여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패션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쇼 취소는 ‘항복’을 의미하고, 사랑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는 중요하다. 패션은 이 위기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낼 수 ..

정호연과 루이비통의 '댕기'가 의미하는 것

미국 LA에서 열린 제28회 SAG Awards. 정호연과 이정재가 함께 넷플릭스 작품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로서 최초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SAGA(Screen Actors Guild Awards)는 미국 배우 조합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으로, 영화와 TV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 내 모든 배우들이 자신과 같은 배우들을 대상으로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이다. 매년 영화와 드라마 두 부분으로 나누어 시상식을 거행하며 골든글러브와 함께 오스카의 행방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표현되기도 한다. 아직도 그래미 같은 해외 시상식들이 WASP(백인/앵글로색슨계/개신교도), 미국 상류사회의 주축을 이루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도 되듯 차별의식이 가득한 수상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니, 202..

미니 백, 이제는 유행이 아니라 스테디

가방 안에 무엇을 넣고 다니는가? 패션에서 가방은 짐들을 옮기기 위해 드는 용도가 아니다. 그랬다면 수납공간이 넓고 큰 가방만이 인기 있었을 것이다. 가방 안에 필요한 물건들도 점차 사이즈가 줄고 있다. 현금과 카드를 들고 다닐 일이 없어지자 지갑의 수요는 장지갑에서 반지갑으로, 그리고 카드지갑으로 옮겨갔다. 팬데믹으로 가까운 집 근처의 활동이 늘면서 원마일웨어가 성행했고, 이미 하이패션에서도 '편안함'이라는 코드를 받아들이고 지난 시즌 동안 컬렉션을 통해 이를 계속해 어필하고 있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패션이 현재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크고 불편한 백들은 이런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집에서 1마일(1.6km) 내에서 편하게 입는 스타일을 의미하는 원마일웨어. 당연히 그와..

발렌타인데이에 실연 당하셨나요?

2월 14일 월요일,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함과 동시에 69번째 드랍을 선보이는 예술가 집단 MSCHF. MSCHF는 매주 월요일 기상천외한 예술 작품을 발표한다. 대부분은 예술 작품이며, 브라우저 플러그인부터 운동화, 소셜 미디어 채널 및 사진에 이르기까지 예상할수 없이 매우 다양한 카테고리의 작품들을 제작한다. MSCHF는 나이키 에어맥스의 에어 부분에 실제 성수를 넣어 일명 '예수 맥스'를 판매한 바 있는데, 릴 나스 엑스와의 콜라보에서는 성수 대신 실제 사람의 피를 섞어넣고 '사탄 맥스'를 판매해 나이키에게 고소와 함께 판매중지 당한 이력이 있다. 한마디로 정말 뒤없는 집단이다. 이번주 월요일의 69번째 드랍은 제세동기(AED) 'HEART 2 ELECTRIC BOOGALOO'. 발렌타인데이를 로맨틱..

버질 아블로가 남기고 간 것

버질 아블로, 그를 기리며 지난해 11월 28일 일요일, 죽음을 옆에서 지켜봐 준 가족들과 친구들부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들도 (물론 우리는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로 그의 죽음을 기리게 되었지만) 마치 마이클 잭슨이 타계했을 때처럼 한 시대의 천재가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을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며 애도했다. 그는 2019년 심장 혈관육종이라는 희귀 암을 진단받은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암 투병을 하는 와중에도 세상에겐 비밀로. 패션씬의 최중심에서 트렌드를 이끌며 묵직하게 본인의 발자국들을 남겼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Takashi Murakami(@takashipom)님의 공유 게시물 2018년 첫 루이비통 컬렉션을 마친 후 버질은 칸예 웨스트에게 곧장 다가가 그를 ..

베르사체의 레디 투 웨어는 참 신기하지요! versace 2022 pre-fall ready to wear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버클(@vircle_archive)님의 공유 게시물 #VERSACE 2022 pre-fall ready to wear 화려하고 볼드 한 금색의 액세서리들로 유명해서 인지 마이클 잭슨, 로켓맨 엘튼 존의 엄청난 무대의상을 담당해서 인지 우리가 알고 있는 베르사체 브랜드의 이미지는 화려하다 못해 사치스럽기까지 합니다 (그저 베르사치) 그러나 베르사체의 레디 투 웨어는 참 신기하지요 이거 생각보다 도전해 볼 만한 쉐입의 의상들이 아니었나요! 물론 베르사체는 실루엣 자체로 화려함을 뽐내는 브랜드는 아니죠 극적인 컬러와 패턴으로 우리에게 소화불량을 야기했던 겁니다 그러나 사치스러움을 자제한 룩들을 보고 있자면 도나텔라에게 절대 디자이너로서의 능력을 의심할 수 없어요 셔링의 디..

GUCCI 2019 F/W ready to wear 규칙없는 아이디어. 구찌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버클(@vircle_archive)님의 공유 게시물 짐승의 울음소리가 구찌 패션쇼의 쇼장에 울려퍼집니다 복잡하고 화려한 봉제를 입은 모델들을 화려한 조명이 감싸며 구찌의 런웨이는 시작해요 창의적이고 빈티지스러운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디자인은 발끝의 구두에서 시작하여, 미완성스러운 해체주의가 엿보이는 자켓으로 또 화려한 컬러와 패턴의 니트로 표현됩니다 미켈레의 구찌는 젠더리스하고 화려합니다 ‘명품 브랜드’ 라는 틀을 깨고 항상 기발한 디자인으로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없애고 그저 패션으로써 규칙 없는 아이디어를 보여주죠 그의 빈티지틱한 구두가 어서빨리 어글리 슈즈의 시대를 종결시키길 바라며 아주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보았던 시즌입니다 - art direction by #A..

CELINE 2020 S/S menswear 에디슬리먼의 셀린느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버클(@vircle_archive)님의 공유 게시물 #CELINE 2020 S/S menswear 20SS 시즌의 셀린느 남성복 패션쇼에서는 거대한 사이즈의 케이지가 등장합니다 케이지의 빨간 커튼이 조명과 함께 걷히고 안에선 헝클어진 빨간 머리의 락스타가 강렬한 락음악과 함께 걸어 나와요 에디슬리먼의 셀린느는 LVMH의 아르노 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죠 그는 런웨이 앞 좌석에 앉아 마치 10대처럼 휴대폰을 들고선 연신 사진을 찍었다고 해요 과거의 문화를 가져와 현대 패션으로써 소개하는 에디 슬리먼. 70년대 초의 로큰롤, 디스코 무드를 셀린느의 아이덴티티로 표현합니다 그의 룩에서는 데이비드 보위, 세르주 갱스브루, 로켓맨 엘튼 존이 보여요 포스트 펑크 밴드 BODEGA..

Maison Margiela 2022 s/s CO-ED 메종마르지엘라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버클(@vircle_archive)님의 공유 게시물 이번엔 14분 가량의 패션 필름으로 컬렉션을 소개하는 메종 마르지엘라 영화 라비앙 로즈의 감독 올리비에 다한과 함께 했습니다 이전 2021년의 컬렉션에서는 무려 1시간 13분 가량의 영화 ‘A Folk Horror Tale’를 공개 했었죠 ​록 사운드를 배경으로 새 컬렉션을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메종 마르지엘라 특유의 실험적이고 헤체주의적인 면모를 나타내는데 마치 호러무비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그 호러무비같은 분위기는 젊은 세대들이 지닌 직감과 대담무쌍함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연과 시간이 지닌 힘을 설명하고 있죠 ​독특한 절개라인의 코트, 안감을 밖으로 노출시킨 아우터, 플라워 패턴이 화려하게 들어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