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인사이트/Column

명품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버클 2022. 3. 28. 20:27

나는 명품을 좋아한다. 

지금껏 살아오며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많은 명품들과 마주하게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의 주위 사람들보다는 이 아름답고 값비싼 것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서 소비 또한 꽤나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다. 하루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지난번 새로 구매한 명품 가방을 들고 나갔을 때의 일이다.

친구들은 내 새로운 가방의 등장으로 이 가방은 어디서 샀는지, 또 얼마 짜리인지 그런 시시콜콜한 대화들을 시작했고, 결국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더 하게 되었다. 나의 명품 생활이 그날의 화두였다.

나는 명품의 병행수입 일부터 시작해 현재는 명품 브랜드들의 국내유통 생태계 개선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병행수입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수의 명품들이 가품문제에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해, 그리고 명품의 소비자와 판매자가 가져야 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그날 술자리에서 친구들을 상대로 열 띈 강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살아오며 접하게된 여러 루트들로, 명품을 백화점이 판매하는 가격보다는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과 녹록한 주머니 사정으로 명품을 구매할 때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꽤나 적었다. 그렇다. 나의 열변과는 반대로 아이러니 하게 내가 구매한 명품들은 병행수입으로 구매한 것들이었다. 웃기지만 명품에 한해서 나는 가품사기 따위에 당하지 않는 현명한 소비를 해왔다고 혼자서 치부한 것이다.

“당신 말대로라면 그 가방은 가짜가 아니겠습니까?”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 중 하나는 마치 중고나라에서 내 가방을 구매하려는 사람인양 내 가방의 출처에 일침 했다. 물론 명품 유통에 명석한 나인데다 내 가방의 음해에 대해 하루 종일도 반론할 수 있었지만, “가짜가 아니라는 증명을 해 보십시오” 라는 기세 좋은 어투의 친구와, 아래에서도 말하겠지만 내가 술자리에서 늘어놓았던 나의 ‘가품이 명품 생태계에 침투하는 방법’들이 이제는 친구의 무기가 되어 그 앞에 마주한 내가 적잖이 당황해 버린 일이 있었던 것이다.

집에 있는 구매 영수증이나 종이 보증서따위가 없이는 정품이라는 증명을 할 수 없다면, 나는 명품 가방을 산 것인가 종이 영수증을 산 것인가? 아니 그 보증서에 대단한 내용이 적혀있기는 한가? 증명할 수 없다면 그건 명품이라고 할 수 있나?
내가 구매한 명품의 본질적 가치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18세기 로마의 건축가 마르쿠스 비트루비우스 폴리오는 그의 저서 <건축술에 대하여>에서 건축물의 세 가지 본질에 대하여 말한다.

견고함(firmitas)과 실용성(utilitas), 그리고 아름다움(venustas).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기능의 측면에서부터 시작되고 세 가지 본질들의 조화가 있어야만 하나의 위대한 건축물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비트루비우스의 이러한 철학은 '효율의 완성이 시각적 완성에 다가가게 한다'라는 건축관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뜬금없이 건축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2천 년 전 그가 이뤄낸 통찰은 건축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명품의 본질과도 통한다. 명품은 유용해야 하고, 아름다운 형태는 당연하며, 그 사용성을 잃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견고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이유들을 고려해서 우리는 수 세기 동안 걸맞은 금액을 지불해 소비하고 명품의 가치를 판단해 왔다. 때로는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실용적인 것을 초월한 그 무언가의 가치는 분명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견고함과 실용성, 그리고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수 세대에 걸쳐져 명품이라고 인정된 브랜드에서 만든 것이지 중국 공장에서 하루아침에 본을 따 찍어낸 것들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아직 증명해 낼 방도가 없다면, 싸구려 가방들과 내 가방이 같은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 화 낼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저명한 명품 플랫폼들도 진짜 명품과 가짜 명품을 가려낼 수 없거나, 종이로 된 보증서나 영수증을 증빙할 수 없는 경우는 오히려 진짜 명품도 가품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명품을 선물 받았거나 직접 구매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중고로 판매를 하거나 중고 명품을 구매를 하고자 하는 이에게도 진품 여부는 당연히 중요하다. 

관련된 예를 한번 이야기해 보자.

최근 네이버의 ‘크림’과 ‘무신사’는 무신사 측에서 판매한 에센셜 제품의 가품 판정논란으로 떠들썩했다. 한 고객이 무신사에서 구매한 제품을 크림을 통해 판매하려 했으나 크림이 검수과정에서 가품으로 판명한것. 무신사 측은 해당 제품은 믿을 수 있는 유통처에서 들여온 제품으로 가품 일리 없다는 상반되는 입장이었다.

크림의 정품 판정 능력과 무신사의 부티크, 병행수입 서비스는 양쪽 비즈니스의 핵심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대립에서 양측 다 커다란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 게다가 무신사의 유통 실수인지, 크림의 검수 실수인지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밝혀낼 수 있는 방법이 사실 크게 마땅치 않아 보이기도 해서 아마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크림에 검수요청을 한 사람이 무신사에서 구매했다는 ‘증명’을 하지 못했다면 단순 가품 처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상품의 유통과 소유권 이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 제품, 무신사에서 구매했다곤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확률도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누차 말하지만, 현재 너무나 많은 수의 가품들이 틈을 파고들어 시장에 들어오다보니 이렇게 명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거대 업체들조차 곤혹을 치르는 것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명품시장의 문제이다. 현재 명품시장에는 가품이 끼어들 루트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계속된다면 ‘온라인에서 구매한다는 건 가품을 구매하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이라는 인식 개편이 쉽지 않다. 

vircle NFT 보증서

위 이야기가 이번 글의 핵심이다. 명품의 근본적인 가치를 위해선 명품의 이력이 중요하다. 상품이력과 소유권. 그러니까 상품이 명품 브랜드에서 출발해 어떻게 본인에게 왔는지. 어떤 비행기를 타고서 어느 박스에 담겨 왔는지, 부티크와 같은 병행수입 업체를 통해 왔는지 아니면 개인이 직접 해외 직구로 구매했는지 등 소유했던 자들의 이력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이는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구매했을 때의 가품일 확률을 거의 전부 없앨 수 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물품은 관세청을 거쳐야 한다. 이런 데이터들은 관세청에서 전부 세세하게 알고 있다. 이런 데이터들이 정가품을 판단하기에 우리들에겐 중요한 것이다. vircle은 브랜드, 제조사, 판매처, 관세청, 온라인 플랫폼, 수선사, 감정사 등과 함께 명품의 생애주기 전단계에 대한 데이터를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데이터에 담아 보증서로 저장, NFT로 발급한다. 물론 브랜드에서 제공되는 보증서의 내용을 포함하고 소비자들이 기존 보증서에서는 알수 없었던 위 데이터들을 저장한 신개념의 NFT보증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축하한다. NFT 보증서를 발급해 이 글을 읽게 되었던가, 아니면 어디선가 다른 루트를 통해 이 글을 읽고 vircle 서비스를 이용해 NFT보증서를 발급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우리와 함께 청렴한 명품시장을 만드는데 동참한 것이다.

우리가 명품을 구매했을 때 가졌던 근본적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자. 물론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디지털 데이터가 좋겠다.

 

vircle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