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인사이트/Column

우크라이나의 눈보라

버클 2022. 3. 22. 21:04

BALENCIAGA 2022 F/W PARIS

*계속되는 쇼의 발걸음 - 발렌시아가

눈이 잔뜩 뒤덮인 공간에서 흩날리는 눈보라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정도다. 모델들은 휘날리는 옷깃을 잔뜩 여미고, 소지품을 가득 넣은 검은 자루를 들고선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들은 처참한 환경에서 봉지에 필수품만 챙겨서 떠나는 듯 보인다.

2022년 파리 패션위크의 발렌시아가 쇼.
이 패션쇼는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의 우크라이나 시 낭송으로 시작됐다. 쇼장 525개의 모든 좌석 위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우크라이나 국기색의 티셔츠와 노트가 놓여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패션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쇼 취소는 ‘항복’을 의미하고, 사랑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는 중요하다. 패션은 이 위기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낼 수 있다”
본인을 ‘영원한 난민'이라 표현하는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 그는 1980년 소비에트 조지아에서 태어났다. 그가 12살 때 그는 조국에서 발발한 내전으로 독일 뒤셀도르프로 이주하게 되었고, 내전을 피해 피난민이 되어 피난길에 올랐었던 본인의 비극을 다시금 되새기며 이번 쇼의 메시지를 준비했다.
전쟁의 반대와 우크라이나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 마지막으로 나오는 우크라이나의 노란색과 파란색의 모델들이 그의 마음을 대변해 눈보라 속을 걷는다.

Giorgio Armani 2022 F/W MILANO

*가슴 뭉클한 '침묵의 런웨이' - 조르지오 아르마니 어두운 캣워크 위로 모델들의 발걸음 소리만 묵직하게 들려온다. 정적 속에서 아르마니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관객들의 울먹이는 박수 소리만 침묵을 더욱 강하게 한다. 경쾌한 노래들로, 때로는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들로 무대를 돋보이게 만들었던 기존 패션쇼와 달리, 밀라노의 패션위크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022 가을, 겨울 컬렉션을 침묵과 함께 선보였다. 이는 패션쇼를 진행해야만 하는 죄송스러움이 아니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한 애도의 마음을 담아. 쇼를 통해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며 응원하는 메시지다.
2020년 2월, 그의 브랜드는 코로나에 대한 주의로 쇼를 취소한 첫 번째 브랜드였다. 2년 후, 최고의 디자이너로서 그는 다시 한번 인간의 유산. 그 일부가 될 패션을 책임감과 감수성으로 보여주었다. 때로는 더욱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침묵으로.

image @vogue_ukraine

*저항 잡지가 된 패션지 - 보그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패션 잡지는 어떤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까?

<보그 우크라이나 Vogue Ukraine>의 편집장 비올레타 페도로바는 전 세계 패션 업계에 러시아에 대한 보이콧에 동참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LVMH와 케링 Kering 등 대규모 브랜드 하우스를 포함해 에르메스 Hermès, 샤넬 Chanel, 발렌티노 Valentino 등 럭셔리 브랜드들은 러시아에서의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패션과 셀러브리티 소식을 주로 전하던 <보그 우크라이나>의 인스타그램은 지금 우크라이나의 동향과 평화를 지지하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소식을 전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전쟁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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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굽의 힐, 화려한 드레스, 비싼 가방들은 전쟁에서 녹만 슬고 없어진다. 그렇다면 이곳에 내가 사랑하는 패션은 어디 있는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삶 자체, 인간애 그리고 연민이라는 메시지들이다. 눈보라가 치는 역풍을 맞으며 앞으로 발을 옮겨야만 한다. 그래야만 사랑하는 것들을 다시 사랑할 수 있다.

For 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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