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인사이트/Column

버질 아블로가 남기고 간 것

버클 2022. 2. 10. 21:39

image via instagram @virgilabloh

버질 아블로, 그를 기리며

지난해 11월 28일 일요일, 죽음을 옆에서 지켜봐 준 가족들과 친구들부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들도 (물론 우리는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로 그의 죽음을 기리게 되었지만) 마치 마이클 잭슨이 타계했을 때처럼 한 시대의 천재가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을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며 애도했다. 그는 2019년 심장 혈관육종이라는 희귀 암을 진단받은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암 투병을 하는 와중에도 세상에겐 비밀로. 패션씬의 최중심에서 트렌드를 이끌며 묵직하게 본인의 발자국들을 남겼다.

2018년 첫 루이비통 컬렉션을 마친 후 버질은 칸예 웨스트에게 곧장 다가가 그를 꽉 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우리가 해냈다며 함께 울며 친구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해 준 칸예는 버질의 죽음 직후 본인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전부 지운다.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아픔은 표시할 방법이 없었고, 그들에겐 천재를 잃은 슬픔만이 아니었다.


 

Louis Vuitton SPRING 2022 MENSWEAR - image via VOGUE

오프 화이트(Off-White)의 수장, 루이비통(Louis Vuitton) 맨즈웨어 디렉터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오프 화이트(Off-White)의 수장, 루이비통(Louis Vuitton) 맨즈웨어 디렉터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이는 버질 아블로를 표현하기에 너무도 쉬운 말이다. 그는 패션뿐만 아니라 음악, 건축 및 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였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패션 스쿨을 이수하거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 경험 없이 자신만의 창의성으로 이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 그는 대학 전공도 패션과는 전혀 관련 없는 토목공학이다. 그런 의외성을 띈 그이기에 그의 작품들은 명품 백화점에만 남지 않았다. NIKE, CONVERSE, STUSSY 등 같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이고, IEKA(가구), BYREDO(향수), RIMOWA(여행 가방), moet chandon(샴페인), evian(물) 등 패션 이외의 다른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은 '패션 디자이너'로만 표현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아모레퍼시픽과 윷놀이 세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의외성들은 대중들이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많지만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하면 그의 의도가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는 늘 모두가 다 아는 것에서 시작해서 상상력과 호기심을 원동력으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생각한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조금 바꾸기(Changing A Little)'. 그는 오리지널에서 3%만 바꾸면 새로움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대상을 조금만 붙이고, 해체하고, 자르기만 해도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미술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마르셀 뒤샹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뒤샹은 대량 생산된 공산품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 냈다. 흔한 기성품에 새로운 제목과 관점을 부여하고 그것이 원래 지닌 기능적 의미를 상실시켜버린다. 버질은 그렇게 예술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Louis Vuitton SPRING 2020 MENSWEAR - image via VOGUE

그는 세상을 사랑이 가득한곳으로 만들려 했다.

그는 소외된 모든 것과 약하고 관심받지 못하는 것들에 늘 힘썼다. 사회 소수자와 레이시즘 문제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그 불편함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맞서 싸우는 따뜻하고 강한 사람이었다. 유럽계 백인 디자이너들이 점령한 럭셔리 업계에서 LVMH 사상 최초의 흑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자신의 책임감에 대해 인지했고, 인류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로 하는 설교가 아닌 런웨이에서 보여주려 노력했다.


image via sotheby

그런 그가 나이키와 루이비통을 통해 우리에게 그의 마지막 선물을 전해주었다.

'루이비통(LOUIS VUITTON) x 에어 포스 1(AIR FORCE1) 로우'가 소더비 경매에 200족 한정으로 경매에 부쳐졌다. 버질 아블로의 사후 발표된 만큼 엄청난 가격이 될 것이라고 모두 예상은 했지만 미국 5사이즈가 최고가 352,800 달러(약 4억 2천만 원)를 돌파했다. 경매의 모든 수익금은 전부 버질 아블로의 포스트모던 장학금 기금으로 전달된다.

경매에 공개된 컬러웨이는 1종류지만, 그는 출시 여부없는 F&F(Friends & family)로 여러 컬러웨이들을 디자인하고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마지막 선물로써 전하고 떠났다. 
https://vircle.tistory.com/43

 

앰부쉬 윤 안의 인스타그램에서 버질 아블로의 유작 공개

"장인 정신을 통해 패션을 초월한 예술품" 앰부쉬(AMBUSH)의 윤 안(Yoon Ahn)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유작인 루이비통 x 나이키 에어 포스 1 중 새로운 컬러웨이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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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액수로 작품의 값어치를 정의하지 못한다. 그저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그가 우리를, 우리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다시금 상기했으면 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순수한 창의성, 모두가 아파하지 않길 바라고 사랑하는 착한 마음,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 그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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